차선은 누가 몇 개로 정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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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를 달리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어떤 도로는 한 방향에 차로가 하나뿐인데,
조금 더 가면 갑자기 두 개가 됩니다.

그리고 큰 도로에 들어서면 세 개, 네 개로 늘어나기도 합니다.

반대로 차로가 여러 개였는데 어느 순간 하나로 줄어드는 도로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궁금해집니다.

도로의 차로는 누가, 무슨 기준으로 몇 개를 정하는 걸까요?

도로가 넓으면 차로를 많이 만들고, 좁으면 적게 만드는 것일까요?

단순히 생각하면 그럴 것 같지만 실제 기준은 훨씬 복잡합니다.

현행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은 차로 수를 정할 때 도로의 종류와 기능, 설계시간교통량, 계획목표연도의 설계서비스수준, 지형 상황, 연결되는 도로의 차로 수 등을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차로의 개수에는 도시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교통을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계산이 들어갑니다.


1. 차로는 그냥 도로 폭만큼 나누는 것이 아니다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도로의 폭입니다.

도로가 넓으면 차로를 많이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차로 수가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폭이 넓은 도로라고 해서 무조건 4차로로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반대로 지금은 차량이 많지 않더라도 앞으로 주변 지역이 개발되면서 교통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더 많은 차로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도로를 설계할 때는 현재의 교통량만 보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교통 상황까지 고려합니다.

현행 규칙에서 차로 수를 정할 때 ‘계획목표연도’의 설계서비스수준을 고려하도록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2.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교통량’이다

도로에 자동차가 얼마나 많이 다니느냐는 차로 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차량이 거의 다니지 않는 도로에 차로를 계속 늘린다면 도로 공간과 건설비를 불필요하게 크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차량이 몰리는 도로에 차로가 부족하면 교통 흐름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도로를 계획할 때는 예상되는 교통량을 바탕으로 필요한 차로 수를 검토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표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설계시간교통량입니다.

도로는 하루 24시간 동안 항상 똑같은 양의 차량이 지나가지 않습니다.

출근 시간에는 차량이 많아지고, 새벽에는 적어집니다.

주말과 평일의 교통량도 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하루에 자동차가 몇 대 지나가는가’만 보는 것이 아니라 도로를 설계할 때 기준으로 삼는 시간대의 교통량도 고려하는 것입니다.


3. 그런데 차로는 미래까지 생각한다

여기서 조금 더 재미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도로는 오늘만 사용하는 시설이 아닙니다.

한번 만들어진 도로는 오랫동안 사용됩니다.

따라서 도로를 만들 때 현재 차량만 보고 설계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교통량이 증가했을 때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은 주변에 건물이 거의 없지만 대규모 주거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현재는 자동차가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현재 교통량만 보고 아주 좁은 도로를 만들어 버리면 나중에 차량이 증가했을 때 도로를 다시 확장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도로 계획에서는 앞으로 발생할 교통 수요까지 고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도로의 ‘역할’도 차로 수를 바꾼다

모든 도로가 같은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집 앞 골목길과 도시의 주요 간선도로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집 앞의 작은 도로는 주로 주변 건물과 다른 도로를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반면 큰 간선도로는 많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교통을 모아서 다른 지역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두 도로를 똑같은 기준으로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현행 도로구조규칙도 차로 수를 정할 때 도로의 종류와 기능별 구분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도로의 크기보다 먼저,

“이 도로는 도시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를 생각해야 하는 것입니다.


5. 도로가 넓다고 차로를 무조건 많이 만들 수 없는 이유

그렇다면 도로 부지가 넓으면 차로를 계속 늘리면 되지 않을까요?

그것도 아닙니다.

도로에는 자동차가 달리는 공간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보도가 필요할 수 있고,

자전거도로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중앙분리대가 들어갈 수도 있고,

버스정류장이나 교차로, 회전차로 같은 시설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도로 주변에는 건물이나 다른 시설도 있습니다.

결국 도로 전체 폭을 자동차 차로만으로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도시계획 관련 기준에서도 도로의 폭을 정할 때 교통량뿐만 아니라 도로의 기능과 인근 토지이용계획 등을 고려하고, 보도·자전거도로·분리대·주정차대 등 필요한 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폭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6. 그래서 차로 하나의 폭에도 기준이 있다

차로의 개수뿐만 아니라 차로 하나의 폭도 마음대로 정할 수 없습니다.

현행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은 차로의 폭을 차선 중심선 사이의 거리로 정의하고, 설계속도와 지역에 따라 최소 폭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도시지역에서 설계속도가 시속 60km 이상 80km 미만인 경우 일반 차로의 최소 폭은 3.0m입니다.

설계속도가 더 높아지면 필요한 차로 폭도 달라집니다.

즉 도로를 설계할 때는

차로 몇 개를 만들 것인가?

뿐만 아니라

차로 하나를 얼마나 넓게 만들 것인가?

까지 함께 결정해야 합니다.


7. 차로가 꼭 짝수일 필요도 없다

여기서 의외의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도로의 차로 수가 항상 2개, 4개, 6개처럼 짝수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행 규칙은 교통흐름의 형태와 시간별·방향별 교통량 분포, 그 밖의 교통 특성과 지역 여건에 따라 홀수 차로로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도로에서는 양방향의 교통량이 항상 똑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침에는 주거지역에서 도심 방향으로 차량이 많이 이동하고,

퇴근 시간에는 반대 방향으로 차량이 몰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도로의 구조와 교통 특성에 따라 일반적인 짝수 차로와 다른 형태가 필요한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8. 도로가 합쳐지거나 갈라지는 것도 중요하다

차로 수를 정할 때 주변 도로와의 관계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2차로 도로가 갑자기 4차로 도로로 연결되는 곳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여러 차로가 하나로 합쳐지는 구간도 있습니다.

이런 곳에서는 단순히 해당 도로만 보고 차로 수를 결정할 수 없습니다.

앞뒤 도로가 몇 개의 차로를 가지고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현행 규칙에서도 차로 수를 정할 때 나눠지거나 합해지는 도로의 차로 수를 고려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로를 하나의 독립된 선으로 보기보다 도시 전체의 연결망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9. 교차로 앞에서 차로가 갑자기 늘어나는 이유

운전하다 보면 이런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2차로였는데 교차로에 가까워지자 갑자기 좌회전 차로가 생깁니다.

왜 그럴까요?

모든 차량이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직진하는 차량도 있고,

좌회전하는 차량도 있고,

우회전하는 차량도 있습니다.

따라서 교차로에서는 각 방향으로 이동하려는 차량을 분리하기 위해 추가적인 차로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가 보는 도로의 차로 수는 도로 전체에서 항상 똑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도로의 기능과 교통 흐름에 따라 특정 구간에서 차로가 추가되거나 줄어들 수 있는 것입니다.


10. ‘차로 수’와 ‘차선’은 같은 말일까?

여기서 9편의 내용과 연결됩니다.

일상에서는 차로와 차선을 거의 비슷하게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정확하게 보면 서로 다른 개념입니다.

차로는 자동차 등이 한 줄로 통행하도록 나눈 도로의 부분이고,

차선은 그 차로와 차로를 구분하기 위해 그은 선입니다.

그래서 도로를 볼 때

“흰색 선이 세 개니까 차로가 세 개다”

라고 단순하게 세는 것이 아니라,

선과 선 사이의 공간이 하나의 차로가 된다

고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9편에서 살펴본 도로의 색과 선이 이번 글과 연결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11. 그렇다면 실제로 누가 결정할까?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차로는 누가 정할까?”

단순히 현장에서 누군가 선을 그어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도로의 종류와 기능, 교통량, 설계속도, 지형, 주변 도로와의 연결 관계 등을 검토해 도로 계획과 설계 과정에서 결정됩니다.

어떤 기관이 구체적으로 계획·설계·관리하는지는 해당 도로의 종류와 사업 주체, 관리체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개인이나 현장 작업자가 임의로 차로 수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도로의 차로 수는 여러 교통·공간 조건을 검토한 결과입니다.


12. 그래서 차로가 갑자기 줄어드는 것도 이유가 있다

앞서 차로가 늘어나는 경우를 이야기했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왜 차로가 줄어들까요?

대표적으로 도로의 공간이 좁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다른 도로와 합류하거나 분기하면서 차로 구성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교차로를 지나면서 특정 방향의 추가 차로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공사나 도로 구조의 변화가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운전 중 차로가 줄어드는 곳을 만났다면

“왜 갑자기 줄었지?”

라고 생각하기보다,

“이 구간에서는 교통 흐름이 어떻게 바뀌도록 설계되어 있을까?”

라고 보면 도로가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정리하면

차로의 개수는 단순히 “도로가 넓으니까 많이 만든다”는 방식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현행 도로구조규칙에 따르면 차로 수를 정할 때는

  • 도로의 종류
  • 도로의 기능
  • 설계시간교통량
  • 계획목표연도의 설계서비스수준
  • 지형 상황
  • 연결되거나 분리되는 도로의 차로 수
  • 시간별·방향별 교통량 분포
  • 지역 여건

등을 고려합니다.

그리고 차로 하나의 폭 역시 설계속도와 지역 등에 따라 기준이 정해져 있습니다.

결국 도로를 볼 때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왜 이 도로는 3차로일까?”

답은 도로의 폭 하나에 있지 않습니다.

그 도로가 어디로 연결되는지,

얼마나 많은 차량이 지나가는지,

앞으로 교통량이 어떻게 변할지,

주변에 어떤 시설이 있는지,

그리고 도시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우리가 매일 보는 차로의 개수에도 도시의 교통을 어떻게 흘려보낼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들어 있는 것입니다.

다음에 2차로 도로를 달리다가 3차로 또는 4차로로 바뀌는 순간을 만나면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왜 바로 여기서 차로가 늘어났을까?”

그 질문에서부터 도시의 설계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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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도시를 크게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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