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가 건물 주소를 유심히 본 적이 있나요?
101번 건물 다음에 103번이 있고, 그다음에는 105번이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 걷다 보면 갑자기 109번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103번과 105번 사이에는 건물이 없다는 뜻일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도로명주소의 건물번호는 건물이 지어진 순서대로 하나씩 붙이는 번호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주소에 붙어 있는 숫자에는 도로의 위치를 표현하기 위한 별도의 기준이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가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던 101, 103, 105 같은 숫자 사이에 어떤 규칙이 숨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건물번호는 건물 개수를 세는 숫자가 아니다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이것입니다.
건물번호는 ‘몇 번째 건물인가’를 나타내는 번호가 아닙니다.
도로명주소에서는 도로에 도로명을 부여하고, 도로를 일정한 간격으로 나누어 기초번호를 설정합니다.
주소정보 안내시스템에 따르면 건물번호는 도로 시작점에서 20m 간격으로 기초번호를 부여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며, 도로 시작점에서 끝점 방향을 기준으로 왼쪽은 홀수, 오른쪽은 짝수를 사용합니다.
따라서 숫자의 크기는 건물의 개수보다 도로를 따라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를 나타내는 정보에 가깝습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면 주소의 숫자가 갑자기 건너뛰는 이유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101 다음에 103이 나오는 이유
간단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어떤 도로의 한쪽에 건물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도로의 진행 방향을 기준으로 이쪽이 홀수 번호를 사용하는 쪽이라면 건물번호가 다음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101 → 103 → 105 → 107 → 109
이 숫자만 보면 건물이 정확히 하나씩 증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숫자가 건물 하나의 순서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도로를 일정한 간격으로 나눈 위치에 기초번호가 설정되고, 실제 건물의 주된 출입구 위치에 따라 건물번호가 부여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도로 중간에 건물이 없는 공간이 있다면 다음 건물의 번호가 더 크게 뛰어 보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1 → 103 → 109
처럼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103번과 109번 사이에 건물이 반드시 2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105번은 어디에 있을까?
이제 조금 더 재미있는 질문을 해볼 수 있습니다.
103번 다음에 109번이 있다면 105번과 107번은 어디에 있을까요?
정답은 간단합니다.
그 번호에 해당하는 위치에 현재 건물이 없을 수 있습니다.
도로의 기초번호는 도로 전체의 위치 체계를 만들기 위한 기준이기 때문에 모든 번호 위치에 반드시 건물이 하나씩 존재할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도로 한쪽에 상가 건물 두 개가 있고 그 사이가 공터라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건물 A가 103번, 건물 B가 109번이라면 그 사이에 해당하는 번호 위치가 존재하더라도 실제 건물이 들어서 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즉,
주소번호가 존재한다는 것과 그 번호를 가진 건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이것이 건물번호를 단순한 일련번호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20m라는 기준은 무엇일까?
그렇다면 왜 하필 20m일까요?
도로명주소 체계에서는 도로를 따라 기초번호를 일정한 간격으로 설정하는데, 기본적인 간격이 20m입니다.
쉽게 생각하면 도로 위에 보이지 않는 눈금이 일정한 간격으로 표시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실제 도로에 자를 대고 번호판을 설치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주소 체계를 만들 때는 이런 식으로 도로의 위치를 숫자로 표현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만들어 둔 것입니다.
그래서 주소를 보면 숫자가 커질수록 해당 도로의 시작점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대략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주소의 숫자는 건물의 순서보다 위치에 더 가까운 정보인 셈입니다.
그런데 모든 건물이 20m마다 하나씩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20m마다 번호가 붙는다면 건물번호도 20m마다 정확하게 증가하는 것 아닌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20m는 기초번호를 설정하는 기본적인 기준입니다.
실제 건물번호는 해당 건물의 위치와 주된 출입구 등을 고려해 부여됩니다.
주소정보 안내시스템에서도 건물번호는 주된 출입구에 인접한 도로의 기초번호를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건물의 실제 크기나 도로와의 관계에 따라 우리가 보는 번호는 단순한 거리 계산처럼 딱 떨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큰 건물이 도로를 따라 길게 자리 잡고 있다고 해서 건물의 길이만큼 여러 개의 건물번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의 건물에는 그 건물을 찾아갈 수 있도록 적절한 건물번호가 부여됩니다.
큰 건물은 어떻게 될까?
아파트 단지나 대형 상업시설처럼 하나의 건물 또는 시설이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곳에서는 건물번호만으로 끝나지 않고 상세주소가 함께 사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도로명주소 뒤에
○○로 101, 101동 1203호
처럼 동·층·호가 추가되는 방식입니다.
주소정보 안내시스템도 도로명주소를 도로명과 건물번호에 더해 필요한 경우 동·층·호 등의 상세주소로 표시한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즉, 도로 위에서 건물의 위치를 찾는 단계에서는 건물번호가 중요하고, 건물 안에서 정확한 위치를 찾는 단계에서는 상세주소가 추가로 필요한 것입니다.
주소 숫자가 갑자기 커져도 이상한 것이 아니다
이제 길에서 이런 주소를 발견해도 조금 다르게 보일 것입니다.
101 → 103 → 109 → 115
숫자가 갑자기 커졌다고 해서 주소 체계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그 사이의 공간에 건물이 없거나, 건물번호가 부여되는 위치가 실제 건물의 위치와 정확히 1:1로 대응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숫자의 변화 자체가 도로 위에서 건물이 어느 방향에 있고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정보가 됩니다.
도로명주소는 단순히 건물에 번호표를 붙이는 작업이 아니라, 도시의 공간을 숫자로 표현하는 하나의 체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숫자를 보면 도로가 보인다
우리는 주소를 볼 때 보통 건물번호만 확인합니다.
택배를 받을 때도 그렇고, 처음 가는 장소를 찾아갈 때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건물번호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고 나면 숫자를 보는 방법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같은 도로에서
101 → 121 → 151 → 201
처럼 숫자가 점점 커진다면 도로의 시작점에서 끝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 위치는 지도나 주소 검색을 통해 확인해야 하지만, 주소번호 자체에 도로를 따라 위치를 표현하는 정보가 들어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평소 아무 의미 없이 읽었던 숫자 하나에도 도시의 위치정보가 들어 있었던 것입니다.
주소는 도시의 ‘눈금자’다
도로명주소를 처음 접하면 단순히 새로운 주소 표기법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도로에는 이름이 붙고, 도로를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위치를 표현하는 기준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그 기준을 이용해 건물에 번호가 부여됩니다.
그래서 101번 다음에 103번이 나오고, 어떤 곳에서는 103번 다음에 109번이 나오기도 합니다.
주소의 숫자는 건물을 세기 위한 숫자가 아니라 도시의 위치를 표현하기 위한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에 길을 걷다가 건물번호를 보게 된다면 숫자 하나만 보지 말고 주변의 건물번호도 함께 살펴보세요.
101번 옆에 103번이 있는지, 맞은편에는 102번이 있는지, 숫자가 어디에서부터 커지고 있는지 살펴보면 평범했던 거리가 조금 다르게 보일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도시에는 생각보다 많은 규칙이 숨어 있습니다.
VERYBIG는 앞으로도 이렇게 평범해서 그냥 지나쳤던 도시의 숫자와 시설에 숨어 있는 이유를 하나씩 들여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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