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이름은 누가 정하고, 누가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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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보면 이런 이름을 자주 만납니다.

○○대로, ○○로, ○○길.

어떤 도로에는 지역 이름이 들어가고, 어떤 도로에는 역사적인 인물이나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이 도로 이름은 누가 정했을까?”

누군가 임의로 정해서 표지판을 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도로명은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만들어지고, 지역의 특성이나 지명, 위치를 예측하기 쉬운지 여부,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 등을 고려해 정해집니다. 그리고 도로명을 새로 부여할 때는 지역주민의 의견을 듣고 주소정보위원회의 심의도 거치게 됩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누가 정하고, 어떤 과정을 거치는 것일까요?

도로 이름을 정하는 곳은 따로 있다

도로명을 관리하는 주체는 하나로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도로의 종류와 관할 범위 등에 따라 행정안전부장관,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 등이 도로명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합니다. 법에서도 이 기관들이 도로구간을 설정하고 도로명과 기초번호를 부여하거나 변경·폐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생활도로를 생각한다면 우리가 거주하는 지역의 지방자치단체가 도로명주소 업무를 담당한다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다만 하나의 도로가 여러 시·군·구에 걸쳐 있다면 절차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해당 도로를 관할하는 여러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이 함께 고려되고, 시·도 단위의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즉, 도로 이름은 한 사람이 책상 앞에서 마음대로 결정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도로 이름을 만들기 전에 먼저 도로구간을 정한다

도로명을 정하려면 먼저 해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어디까지를 하나의 도로로 볼 것인지 정하는 것입니다.

도로명주소법 시행령은 도로구간을 설정할 때 도로의 폭과 방향, 교통 흐름 등을 고려하고, 가능한 한 직선에 가깝게 설정하며, 도로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길게 설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길이 쭉 이어져 있다고 해서 무조건 하나의 도로명으로 묶는 것은 아닙니다.

도로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주변 도로와 어떤 관계인지, 행정구역이나 지형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등을 함께 살펴봅니다.

쉽게 말하면,

“이 도로의 시작점은 어디이고, 끝점은 어디인가?”

를 먼저 정한 다음 그 도로구간에 이름을 붙이는 것입니다.

이 과정이 앞서 살펴본 건물번호와도 연결됩니다.

도로구간이 정해져야 시작점과 끝점이 정해지고, 그다음에 도로를 따라 기초번호와 건물번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로 이름은 무엇을 보고 정할까?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

“도로 이름은 어떻게 정할까?”

현재 시행 중인 도로명주소법 시행령에서는 도로명의 주된 명사를 정할 때 몇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다음과 같습니다.

  • 지역적 특성 또는 지명
  • 위치를 예측하기 쉬운지 여부
  • 해당 도로가 앞으로도 계속 사용될 가능성
  •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
  • 국가보훈 기본법에서 정한 희생·공헌자와 관련된 사항
  • 해당 지역주민의 의견

즉, 도로 이름에는 단순히 듣기 좋은 이름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그 도로가 위치한 지역과 연결되는 정보가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사용하는 도로명 가운데 지역의 옛 지명이나 역사적 배경을 반영한 이름이 등장하는 것입니다.

도로 이름 뒤의 ‘대로·로·길’도 규칙이 있다

앞서 2편에서 살펴봤던 내용도 여기에서 다시 연결됩니다.

도로명은 아무 단어나 붙이는 방식이 아닙니다.

일반적인 지상도로의 경우 주된 명사 뒤에 ‘대로’, ‘로’, ‘길’ 등을 붙여 도로의 유형을 표시합니다.

예를 들어

○○대로

○○로

○○길

처럼 만들어집니다.

현재 시행령은 하나의 도로구간에 하나의 도로명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으며, 도로 유형에 따라 ‘대로’, ‘로’, ‘길’ 등의 표현을 붙이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주소정보 사용의 편리성을 고려해 일부 유형을 서로 바꾸어 사용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도로명에서 앞부분만 보는 것이 아니라 뒤에 붙은 표현까지 살펴보면 그 도로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 부분은 이전 글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왜 어떤 도로는 ‘로’이고 어떤 도로는 ‘길’일까?」

도로명의 구조가 궁금하다면 함께 읽어보면 좋습니다.

도로 이름은 주민 의견도 듣는다

도로명을 정하는 과정에서 의외로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주민 의견 수렴입니다.

도로명을 새로 설정하거나 부여하려는 경우, 관련 내용을 일정 기간 공고하고 해당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현재 시행령에 따르면 도로명등을 새로 설정·부여하려는 경우에는 관련 사항을 14일 이상의 기간 동안 공고하고 주민의 의견을 수렴한 뒤 주소정보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게 됩니다.

따라서 새로운 도로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바로 표지판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 아닙니다.

대략적인 흐름을 단순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도로구간 설정

↓

예비도로명 검토

↓

주민 의견 수렴

↓

주소정보위원회 심의

↓

도로명 결정·고시

이런 과정을 거쳐 하나의 도로명이 만들어집니다.

그럼 주민이 원하는 이름으로 바로 바꿀 수 있을까?

여기서 또 하나 재미있는 질문이 생깁니다.

“이미 있는 도로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꿀 수 있을까?”

도로명 변경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도로명주소법은 도로명주소 관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도로명 등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정한 요건을 갖춘 도로명주소사용자가 도로명 변경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다만 “주민 몇 명이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이름이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도로명을 변경하려는 경우에도 공고와 주민 의견 수렴, 주소정보위원회의 심의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그리고 현행 시행령에 따르면 주소정보위원회가 변경하기로 결정한 경우에는 일정한 요건에 따라 도로명주소사용자의 과반수 서면 동의를 받는 절차도 규정되어 있습니다.

즉, 도로명은 새로 만드는 것도, 기존 이름을 바꾸는 것도 행정적인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도로 이름 하나를 바꾸면 생각보다 일이 많다

도로 이름을 바꾸는 것이 단순히 표지판 하나를 교체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도로명을 주소로 사용하는 건물이나 시설이 있다면 주소 자체가 바뀔 수 있습니다.

그에 따라 도로명주소 안내시설을 교체해야 할 수도 있고, 주소를 사용하는 주민이나 사업자 등에게 변경 내용을 알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시행규칙에서도 도로명 변경 과정에서 변경 전·후 도로명주소, 주소를 변경해야 하는 도로명주소사용자의 현황, 주소정보시설의 설치·교체·철거에 관한 사항 등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로명 변경은 단순히 이름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위치정보 체계를 함께 수정하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도로 이름은 도시의 기억이기도 하다

우리가 매일 보는 도로 이름은 단순한 표지판의 글자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그 지역의 지명이나 특징이 들어갈 수도 있고, 역사적인 인물이나 사건을 반영할 수도 있습니다.

동시에 도로를 찾기 쉽도록 위치 예측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래서 좋은 도로명은 단순히 멋있는 이름이 아니라 그 도로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지역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이름이어야 합니다.

도로명주소가 처음에는 단순한 주소 체계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 안에 도시를 관리하기 위한 여러 규칙이 들어 있는 것입니다.

다음에 도로 표지판을 보면

다음에 길을 걷다가 도로명 표지판을 발견하면 이름의 앞부분만 보지 말고 한번 자세히 살펴보세요.

왜 이 이름이 붙었는지 생각해보고,

“이 지역의 지명에서 나온 이름일까?”

“이 도로와 관련된 역사적 배경이 있을까?”

“이 도로의 위치를 쉽게 알 수 있도록 만든 이름일까?”

라고 질문해 보는 겁니다.

그러면 평범했던 도로 표지판 하나도 조금 다르게 보일 것입니다.

앞선 글에서 건물번호가 도시의 위치를 숫자로 표현한다는 것을 살펴봤다면, 이번 글에서는 도로명 자체에도 지역의 정보와 행정적인 규칙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소는 단순히 우편물을 받기 위한 정보가 아닙니다.

도로 이름과 건물번호를 함께 사용해 우리가 원하는 장소를 정확하게 찾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도시의 위치정보 체계입니다.

VERYBIG는 앞으로도 우리가 매일 지나치지만 별다른 의문을 품지 않았던 도시의 규칙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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